들어가며
최근 현대자동차그룹에서 진행한 Pleos 25 행사에 다녀왔다.
개인적으로 정말 흥미로운 경험이었고, 새로운 방향성을 엿볼 수 있는 기회였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행사에서 느낀 점과 Pleos Connect 플랫폼에 대한 개인적인 후기를 정리해보려 한다.
첫인상: 테슬라 감성?
Pleos의 첫인상은 다소 테슬라 느낌이 났다. 특히 전반적인 UI 구성과 인터페이스 스타일에서 그런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예전 현대차에서 보던 UI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접근이 느껴졌다.
전체적인 레이아웃이나 터치 인터랙션 방식 등에서 “전통적인 자동차 UI”보다는 소프트웨어 중심적인 UX를 지향하고 있다는 인상이 강했다.
지도: 길 안내를 넘어선 정밀함
내비게이션은 일반적인 내비 앱과 비슷한 UI를 갖추고 있었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차선 단위까지 정밀하게 구현된 HD 맵이 적용되어 있었다. 실제 도로의 레이아웃이 거의 그대로 반영된 수준이라 꽤 인상적이었고, 자율주행과의 연계를 염두에 둔 정밀도라는 인상을 받았다. 아직은 일부 지역에만 적용되어 있었지만, 이 수준의 HD 맵이 전국으로 확대된다면 정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들었다.
UI/UX: 깔끔하고 직관적인 구성
화면 분할 기능을 비롯한 일부 UI 구성은 오히려 테슬라보다 더 직관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전체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깔끔하면서도 논리적으로 잘 배치되어 있어, 조작할 때 쾌적함이 느껴졌다.
디자인 시스템도 잘 정립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었고, 실제로 디자인 도큐먼트를 살펴보니 아주 충실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안전과 관련한 가이드라인이 포함되어 있었을 뿐 아니라, 다양한 UI 컴포넌트들이 세세하게 정의되어 있어 실제 서비스 구현을 염두에 두고 제작되었다는 인상이 강하게 남았다.
개발 환경: 간편한 세팅과 높은 호환성
Pleos는 외부 개발자를 위한 개발 환경도 함께 제공하고 있었는데, 설정 과정이 생각보다 매우 간단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실제 차량과 유사한 하드웨어 DevBox가 별도로 준비돼 있었다는 것이다. 덕분에 앱 테스트 과정을 실제 환경에 가까운 조건에서 진행할 수 있었다.
플랫폼이 안드로이드 기반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도 강점 중 하나였다. 실험 삼아 기존에 플러터로 개발 중이던 앱을 실행해봤는데, 별다른 수정 없이 그대로 실행할 수 있었고,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완전한 자체 개발 OS가 아닌, 안드로이드 기반 OS를 채택한 덕분에 기존 생태계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확장성과 접근성이 모두 뛰어나다는 인상을 받았다.
안드로이드 개발자라면 Pleos용 앱을 만드는 데 있어 진입 장벽이 매우 낮기 때문에, 개발자 생태계의 빠른 확장이 기대되는 부분이었다.
다만, 안드로이드 스튜디오에서는 전반적으로 원활하게 작동했지만, 인텔리제이 환경에서는 일부 호환성 이슈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러한 부분은 향후 개선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Gleo AI: 맥락 인식에 강한 음성 비서
Pleos에는 LLM 기반의 Gleo AI 음성 비서가 탑재되어 있었고, 기존 현대차의 음성인식과는 확실한 차별점이 있었다.
발화자 위치 인식 기능은 꽤 인상적이었고, 실제 명령 처리 능력도 전반적으로 향상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놀라웠던 점은,
“사이드미러 접고, 트렁크 열고, 오늘의 날씨에 어울리는 노래 틀어줘”
와 같이 여러 개의 명령을 한 번에 말해도 자연스럽게 처리한다는 것이었다.
또한 LLM 기반 시스템답게, 운전자가 “창문 열어줘”라고 말한 후, 동승자가 “나도”라고 말했을 때 맥락을 파악해 운전석과 조수석 창문을 여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이 역시 발화자 위치 인식 기능과 결합되어 구현된 맥락 인식이라는 점에서 기술적으로 매우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물론, 명령어 인식 후 종료 속도가 다소 느리거나, 가끔 엉뚱한 말을 하는 등의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기존 대비 확실히 발전된 모습이었다.
앱 구조: 독립성과 확장성 모두 잡았다
Pleos의 앱 구조는 모듈화된 설계가 돋보였다. 앱 간의 의존성이 거의 없고, 일부 앱은 스마트폰에서도 단독 실행 가능할 정도로 독립성이 뛰어났다.
이러한 구조는 외부 개발자들이 특정 기능만 구현하거나 테스트할 때 굉장히 유리하며, 플랫폼 확장성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방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존 안드로이드 앱과의 높은 호환성 덕분에, 개발 초기부터 앱 생태계를 빠르게 확장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생태계 확장: 협력업체 부스에서 본 가능성
행사장에는 현대차그룹뿐만 아니라 다양한 협력업체 부스도 함께 구성되어 있었는데, 전반적으로 Pleos 생태계가 확장될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특히 눈에 띄었던 것은, 개발 환경에서 제공되는 다양한 API였다. 단순히 화면에 UI를 띄우는 수준을 넘어서, 차량 센서 데이터, 내비게이션, 하드웨어 인터랙션 등과 연동이 가능하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단순한 앱 개발을 넘어 차량 자체와 소통하는 경험을 설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플랫폼으로서의 가능성이 느껴졌다.
네이버 부스에서는 클로바 음성 인식과 네이버 지도를 활용한 컨셉 영상이 공개되었는데, 꽤 잘 구성되어 있었고 Pleos 플랫폼이 어떤 식으로 외부 서비스와 결합될 수 있는지에 대한 비전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또한, Pleos 기반 차량에서는 게임 플레이도 가능했는데, 단순한 조작을 넘어서 스티어링 휠, 앰비언트 라이트 등과 연동되는 모습이 특히 인상 깊었다. 단순히 화면 위에서의 조작이 아니라, 차량의 실제 요소들이 게임과 상호작용한다는 점에서 차량과의 통합이 상당히 잘 구현된 느낌이었다.
시승 차량에서 확인한 디테일
Pleos가 적용된 시승 차량에서는 몇 가지 흥미로운 시도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물리 버튼을 탈착식으로 제공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버튼을 선호하는 사용자를 위한 옵션이었는데, 탈착 시 UI가 실시간으로 변화하면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간의 통합이 뛰어나다는 인상을 받았다. 연결하는 즉시 반응하며 자연스럽게 동작해, 매우 간편하게 느껴졌다.
또한, 계기판이 마치 맥세이프처럼 탈부착 가능하다는 점도 상당히 신선하게 다가왔다.
아직은 컨셉 단계일 수 있지만, 하드웨어에도 유연성을 부여하려는 실험적인 시도가 돋보였다.
진화
기존 현대차의 내비게이션 플랫폼은 WinCE를 시작으로 AOSP 커스텀 버전, 그리고 리눅스 기반으로 점차 진화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Pleos는 그동안 축적된 안드로이드 개발 경험의 연장선에 있는 결과물일 수도 있고, 42dot 설립 이후 새롭게 투입된 개발자들의 역량이 반영된 성과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정 AAOS(Android Automotive OS)와 비교해보면, Pleos는 여러 측면에서 상당히 깊이 있는 커스터마이징이 적용된 플랫폼이었다.
그만큼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세심한 노력과 방향성이 분명하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남는 아쉬움
이 정도로 잘 만든 플랫폼이라면, 기존 차량에도 OTA로 UI라도 적용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할 계획이 없다고 하니 더더욱 아쉽게 느껴졌다.
CCOS가 등장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Pleos로 방향을 급선회하는 모습은 조금 아쉽기도 했다. 기존 플랫폼을 너무 빠르게 정리해버리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총평
Pleos 25는 단순한 기능 시연을 넘어, 현대자동차그룹이 차량 중심의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의지를 엿볼 수 있는 행사였다.
개발자 입장에서나 사용자 입장에서나 모두 흥미롭게 다가올 수 있는 플랫폼이었고, 앞으로 더 완성도 높은 모습으로 발전해나가길 기대하게 만드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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